LA에서 만난 또 한 분의 아버지… 평생 잊지 못할 천사 같은 손님, 크리스 오키님

미국에서 낚시용품 가게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손님들을 만났습니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평생 가족처럼 지내게 된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마음속에 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분이 한 분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오신 크리스 오키(Chres Oki)님입니다.

처음 가게에 오셨을 때부터 참 인상이 좋으셨습니다.
말씀도 조용조용하시고, 항상 웃는 얼굴에,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셨던 분.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항공우주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분이셨습니다.

평생 첨단 기술을 연구하시며 살아오셨지만,
전혀 권위적이지 않으셨고,
오히려 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아마 그 당시에도 이미 70세가 훌쩍 넘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바다를 누비며 낚시를 즐기셨습니다.

크리스님은 짧게 하루 낚시만 다니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3일짜리,
5일짜리,
길게는 7일짜리 장기 원정낚시도 자주 다녀오셨습니다.

태평양 먼바다에서 며칠씩 생활하며 참치와 옐로테일, 다양한 대형 어종을 낚으셨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항상 마지막 날 가장 신선한 생선을 따로 골라 보관해 오셨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며칠 동안 잡은 것 중 먼저 잡은 것들이 많을 텐데,
크리스님은 마지막 날 잡은 가장 싱싱한 생선을 일부러 따로 보관해 두셨다가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도 가지 않으시고
곧장 저희 가게까지 가져다주셨습니다.

"이게 가장 신선한 거예요."
"가게 오시는 분들과 함께 드세요."

늘 웃으며 건네주시던 그 한마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그 귀한 생선을 저희 가족만 먹을수는 없었습니다.

가게에는 늘 낚시를 좋아하는 단골분들이 모여 계셨고,
회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님이 가져다주신 생선으로
즉석 회 파티도 열고,
주변 분들과 나누어 먹고,
형편이 어려운 분들께도 나누어 드리고,
멀리서 오신 손님들과도 함께 맛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회를 드셔 보신 분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회는 돈 주고도 못 사 먹어요."
"정말 입에서 녹네요."
"세상에서 제일 신선한 회예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마음속으로 크리스님께 감사했습니다.
이 행복은 제 것이 아니라
크리스님이 만들어 주신 행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생선을 주신 것보다 더 귀했던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힘들게 낚시를 하면서도
'가게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가장 좋은 생선을 남겨 두셨던 것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얼마나 큰 사랑인지,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미국에 살면서 가끔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크리스님은 저에게 그런 분이셨습니다.

멀리 계신 친정아버지처럼,
언제나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고,
묵묵히 챙겨주시고,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던 분.
그래서 저는 마음속으로 늘
'미국에서 만난 또 한 분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 당시에도 70세가 넘으셨으니
지금은 아마 90세를 훌쩍 넘기시고,
100세를 바라보시는 연세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낚시는 거의 다니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
가끔 페이스북에 올리시는 사진과 글을 볼 때마다
"아,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릅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따뜻한 추억을 남겼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크리스님은 생선을 나누어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셨고,
웃음을 선물해 주셨고,
함께 둘러앉아 행복한 식탁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행복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크리스 오키님.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저 역시 미국 생활을 하며 큰 사랑을 배웠습니다.
크리스님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나눔은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챙기시고,
매일매일 웃음 가득한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언제나 저희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손님이자,
평생 감사한 은인,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또 한 분의 아버지이십니다.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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